[尋]나무란다

열 그루 나무 이야기, Images à la sauvette

진주로부터 2018. 12. 11. 23:48



그렇게 해서 모두 일곱 그루의 나무를 만났다.


여전히 야광나무는 찾 못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독자는 어떤 결말로 책을 덮게 될까.


어느 날 약국으로

아주 크고 길쭉한 상자가 택배로 도착했다.


내 야광나무 타령을 보다 못한 어느 독지가(?)께서

진짜 야광나무를 화분으로 보낸 주신 것이다.

 

 Images à la sauvette, 소위 결정적 순간이랄까.


참으로 신비스러운 경험이었고

눈물겹도록 고마운 일이었다.

 

그분은 내 초등학교 동창의 후배였는데

어쩌어찌해서 <진주의 집> 블로그를 알게 되셨다고 한다.


빨간 보석같은 열매가 어찌나 많이 달렸는지

가지가 안쓰러울 정도다.

꽁꽁 잘 싸매 준 덕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워낙 열매가 무성해 몇 개는 떨어졌다.



집으로 빨리 모셔오느라 그날 아주 이르게 퇴근했다.

볕 잘 드는 창가에 두고 매일매일 눈을 마주친다.




이 피면

꽃이 피면 봄밤에....

도시의 불을 끄고

'야광'을 감상하리.


이렇게 선물로 부쳐져 온 야광나무가  이제 8번나무다.


열 그루의 나무 이야기라고 했으니

두 나무가 아직 남은 셈인가.

이야기는 이제 서서히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


11월 20일


화분을 받은 며칠 후  뒤통수를 누군가가 마구 후려치는 느낌과 함께 이 사진이 떠올랐다.

휴대폰을 열어 갤러리를 뒤졌다.


위의 11월 20일 사진은 그보다 앞서 온실 앞 오르막길을 양방향으로 나누는 분리대에 

예쁜 열매가 달린 나무를 보고 와서,

서로 비교하느라 한 달 후 다시 찍은 사진이다.


10월 10일 사진

바로 이 나무다.

10월 10일에 첫 발견하고,

<무슨 나무>라는 파일명으로 저장해 두었었다.


11월 25일  사진


긴가민가 하다가 며칠 후 볕이 좋을 때 다시 가서 찍었다.

잎은 거의 지고 열매만 남았지만

이럴수가!

거잣말처럼 선물로 받은 야광나무 화분과 똑같지 않은가.

내가 도대체 뭘 보고 다녔던 거야.

내 안목을 그리고 집중력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참으로 눈뜬 장님이었다.

이런 '맹목'이라니.


흥분을 누르고 다시 찬찬히 살펴본다.


몇 남지 않은 이파리도

가지가 안쓰러울 만큼 무성한 열매도

가로 줄이 그어진 줄기도

새 순이 곧 돋을 듯한 가지끝 눈도

내 눈엔 화분과 꼭같다.




여기 있었구나. 너 여기 있었어....


반갑고 신기하고 또 허탈했다.

여기 두고 어디를 헤매었던 것인가.


돌배나무와 아그배나무와 산사 혹은 꽃사과나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 결국 뒤엉켜버렸던

진실의 순간이었다.




현충원 온실 앞 오르막길 분리대에는

이렇게 두 나무가 살고 있다. 

9번나무와 10번나무가 살고 있다.


그 이름은,

야광나무라고

내년 봄에 나는 크게 소리칠 것이다.


오늘 아침 화분에 새 잎이 돋았다


내게는 열 그루의 나무가 있습니다.

나를 들었다놨다 하는 열 그루의 나무가 있습니다.

한 나무를  빼고는 내가 가진 것도 아니고 

매일 매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마음으로 언제나 나무들을 봅니다.

평화롭습니다.


그대도 부디 평화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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