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나무란다 5

일곱 그루 나무 이야기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로 끝나는 이야기는 어딘지 상투적이다. 극적인 장치가 있지 않을까 희망을 놓지 않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현충원에는 인근 산책로로 이어지는 문이 여럿 있다. 동작역 쪽 출입구를 주로 이용하는데 그리로 오르는 언덕 우측에 온실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무를 가꾸고 화분을 갈무리하고 숲을 돌보는 이가 있을 만한 곳인데 볼 때마다 문은 늘 잠겨 있었고 '관계자 외 출입금지'였다. 야광나무 찾기를 그만둔 후 몇 달이 지나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었다. 어느 날 그 금단의 문이, 열려 있는 게 아닌가. 뜰을 가로 질러 무작정 안으로 들어갔다. 서너 명의 장정들을 향해 나는 다짜고짜 여기 나무 관리하시는 분이 누구시냐고 물었다. 어안이 벙벙한 열굴을 하면서도 모두가 함께 이 ..

[尋]나무란다 2018.12.11

나에게는 일곱 그루의 나무가 있습니다

# 현충원 유해발굴단 쪽에서 새롭게 발굴(?)한 나무. 나는 멋없이 이를 그저 4번나무라 부른다. 둥근 열매가 잘 익어 빨갛다. 야광나무인지 꽃사과인지 알 수 없다. ## 다음은 숲에 들어가 찾은 나무. 5번나무라 부른다. 실은 이 나무를 찾으려고 나간 길이었다. 한 블로거가 올린 사진을 참고로, 지형지물을 대조해가며 위치가 대략 이 정도이겠다 싶은 곳을 찾아갔었다. 낙엽이 떨어져 바닥이 폭신하다 단풍나무와 낙엽송 사이에 얌전히 서 있다 어떤 분이 SNS에 올렸던 "2014년 현충원 야광나무 사진"과 내가 찾은 이 나무를 대조해본다. 2014년 당시에는 야광나무 표식이 있었던 모양인데 지금은 없어서 확실치가 않다. (팻말을 잘못 단 것이 판명되어 없앤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또 있는 것인지도 알 수가..

[尋]나무란다 2018.11.03

누가 내 이름을 불러다오

나무를 동정(同定)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인터넷에 나와 있는 수많은 사진과 설명 모두, 제각각이었다) 실제로 눈앞에서 보고 겪으니 그 어려움이 더 실감났다. 현충원에 야광나무 한 그루가 있다는 누군가의 사진과 글에서 시작했던 내 긴(?) 여정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아니다. 실패는 맞는 표현이 아니다. 야광나무는 없다는 슬픈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내가 처음 야광나무라고 생각했던 1번나무는 돌배나무였다. SNS에서 알게 된 한 전문가에게 사진을 보여드린 후 비로소 "최종적이고도 완전하게 검증된(FFV)" 동정이 이루어진 셈이다. 꽃이 지고 열매가 맺기 시작했을 때 '야광나무가 아닌 것 같다'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그 나무에 엄지 한 마디 크기의 커다란 열매가 달렸기 때문이다. 사..

[尋]나무란다 2018.06.05

꽃에 꽂히다

어느 날 나는 야광나무라는 이름에 꽂혔다. 밤夜, 빛光. 환한 달이 뜬 밤, 목욕하는 선녀를 훔쳐본 나뭇꾼이 그 꽃그늘에 몸을 숨겼을 법한 이름이 아닌가. 내 재간으로는 찾을 수가 없었다. 도시에서 흔한 나무가 아니었다. 어느 날 검색을 통해 내가 늘 다니는 서울국립현충원에 야광나무가 있다는 누군가의 사진(꽃은 없었다)과 글을 보았을 때는 무척 반가웠다. 굉장히 큰 공간(국립현충원은 꽤 넓다. 공식적으로 해발 174.8m 공작봉을 중심으로 광장 99.174㎡, 임야 912.400㎡, 공원행정지역 178.513㎡)이긴 하나 2004년 처음 다니기 시작한 후로 가보지 않은 곳이 거의 없으니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현충원에 나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목 73종과 관목 43종 외에 천연기념물 24..

[尋]나무란다 2018.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