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달은 겨울철 자정 무렵 서울외곽순환도로가 경인고속도로와 만나는 서운분기점 서울방향 어디쯤에 뜬 달이다. 내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달은 그러니까 수많은 시와 노래의 주인공이 아니라 이렇게 GPS로 짚어내듯 특정한 지정학적 지점과 또 시점을 가진, 밋밋하기 그지없는 그런 달인 것이다. 수고했어요 이 하루도. 루시드폴의 노래 가사처럼 지친 나를 따라온 차창 밖 달은 힘든 내 노동에 어쩌면 보상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동공에 가득 찬 맑은 눈물이 마치 렌즈처럼 작동해 달을 크게 키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달은 마치 볼록렌즈를 들이댄 듯 정말로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컸고 나는 그만 탄성을 지르곤 했다. 달은 경인고속도로에서 금세 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지루한 지하차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