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오르방 2

두 개의 세상의 근원

그 파리 여행에서 내가 가장 기대했던 일은 구스타브 쿠르베의 에 관람객의 관심이 쏠려 있던 11월의 어느 날, 작은 방 구석진 벽에서 크지 않은 이 그림을 만났다. 쿠르베의 이 그림을 내가 언제 처음 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꽤 충격이 컸었다. 동명 소설인 크리스틴 오르방의 에 그림이 등장하지만 쿠르베나 휘슬러 같은 실존했던 화가들도 실명으로 나오기 때문에 가상의 작품인지 현존하는 작품인지도 사실 나는 몰랐다. 2001년 [열린책들]사에서 낸 소설책 의 책장을 넘기면 앙드레 마송의 라는 다소 외설적이고 직설적인 펜화가 있고 (제임스 애벗 맥네일 휘슬러의 가 맨먼저 등장한다) 자크 라캉이 구입한 을 가리기 위해 부탁했던 그림이라는 설명이 들어 있었다. 이 설명조차도 소설적 장치의 하나인가 하는 생각..

세상의 근원

수많은 존재들과 그들이 남긴 작품들을 실어가는 이 거역할 수 없는 격변의 세월에 휩쓸려서 내 인생의 황혼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상처와 격렬한 아픔이 있었겠는가. 비록 우리가 떨어져 살았다고 해도, 회환과 열정과 비난과 한스러움과 실망, 이러한 감정의 앙금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우리를 연결해 주는 데 한 몫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감정들이 존재할 자리마저 사라졌다. 게임은 싸우는 사람이 없으면 중단된다. 우리가 사랑을 나누고 싸우기도 했던 우리의 영토에는, 이제 몇 폭의 그림들만이 살아남아 있을 따름이다. 그 그림은 아마도 우리가 함께 나누어 가진 온갖 비밀들, 두 사람이 은밀히 주고받았던 의미 있는 말들, 저 현란한 색채들에 갇혀 있는 생각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크리스틴..

[問]던지다 2022.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