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問]던지다

글쓰기는

진주로부터 2018. 1. 12. 15:08





2013-10-25

 


글쓰기를 나는 징한 것이라고 불렀다가 또 언제부턴가는 허방짚기라 여겼다.
갈수록 깊어지고 넓어져야 하는데 고작 칼럼 하나 한달에 한번 쓰기도 버겁다. 
점점 글쓰기가 무섭고 힘이 든다.



황현산 선생은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에서 사진 하나에 무려 여덟 쪽에 달하는 글을 붙였다.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그 깊이며 향기가 가슴에 길을 내고 방안을 가득 채웠다.
맛있는 것을 감춰두고 아껴먹듯 조금씩 읽어가는 사이에 내 일과, 또 일상의 모습 전체를 돌아보게 된다.

선생은 또 언어의 깊이가 주는 정서를 학문의 습득과 함께 누리지 못하는 탐구는
모든 지식을 도구화할 것이라고 영어 강의의 폐해를 염려했는데 나는 그 글을 읽으며 (조금 생뚱맞게) 나의 글쓰기를 반성한다.
 
학문을 습득하는 탐구가 따르지 않는 언어(혹은 글쓰기)란 공허하고, 어쩌면 유희에 불과할 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글쓰기는  점점 문예반의 글쓰기 같은 것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좋아하고 의욕은 있되 전문성도 향기도 깊이도 찾아보기 힘든. 

뿌리가 깊은 샘에  맑은 물이 고여 이윽고 흘러넘치듯 글은 그래야 하는데 얕고 마른 바닥을 박박 긁어 간신히 한 바가지 퍼내는 느낌이라니.

가장 먼저 할 일은 허황된 욕심을 버리고 일과 일상을 좀더 차분하게 가져가는 것.

                          

  • 마음
    그것은 쓰는 일에 대한 ‘성찰’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칼럼은 공적 성격을 지닌 사회적 관심사를 다루어야 할 테니 공력을 많이 들여야 하고 중압감도 있을 거라는 짐작을 합니다. 어느 날부턴 칼럼의 가치를 저울질해 볼 때도 있을 테고요. 그렇지만 이 세상 어딘가 진주님 글을 읽으며 고개를 주억거리다 밑줄을 긋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2013.10.26 14:01 수정 | 삭제 | 덧플
    • 진주
      늘 고맙습니다. 그것 하나면 충분합니다. 나의 사소한 사정을, 당신의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 말하는 것. 그리하여 내게 일어난 사소한 변화를 세상을 향한 나의 사랑이라고 믿는 것...^^ 2013.10.27 19:35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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