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5
글쓰기를 나는 징한 것이라고 불렀다가 또 언제부턴가는 허방짚기라 여겼다.
갈수록 깊어지고 넓어져야 하는데 고작 칼럼 하나 한달에 한번 쓰기도 버겁다.
점점 글쓰기가 무섭고 힘이 든다.
황현산 선생은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에서 사진 하나에 무려 여덟 쪽에 달하는 글을 붙였다.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그 깊이며 향기가 가슴에 길을 내고 방안을 가득 채웠다.
맛있는 것을 감춰두고 아껴먹듯 조금씩 읽어가는 사이에 내 일과, 또 일상의 모습 전체를 돌아보게 된다.
선생은 또 언어의 깊이가 주는 정서를 학문의 습득과 함께 누리지 못하는 탐구는
모든 지식을 도구화할 것이라고 영어 강의의 폐해를 염려했는데 나는 그 글을 읽으며 (조금 생뚱맞게) 나의 글쓰기를 반성한다.
학문을 습득하는 탐구가 따르지 않는 언어(혹은 글쓰기)란 공허하고, 어쩌면 유희에 불과할 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글쓰기는 점점 문예반의 글쓰기 같은 것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좋아하고 의욕은 있되 전문성도 향기도 깊이도 찾아보기 힘든.
뿌리가 깊은 샘에 맑은 물이 고여 이윽고 흘러넘치듯 글은 그래야 하는데 얕고 마른 바닥을 박박 긁어 간신히 한 바가지 퍼내는 느낌이라니.
가장 먼저 할 일은 허황된 욕심을 버리고 일과 일상을 좀더 차분하게 가져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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