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아프지마오약국입니다

자랑질

진주로부터 2018. 7. 8. 14:56


#하나.

오늘 내 첫 카톡은 "주신 약으로 증상이 가라앉았다"는 인사였다. 지난 토요일 환자로 기억한다. 인천 사시는 분이었다. 친구가 사는 부천에 놀러왔다가 친구의 권유로 왔다며 낯이 익은 분과 함께 왔었다.

갑자기 온몸이 가렵고 특히 얼굴이 심하다고 한다. 최근 큰 질병을 앓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옆에 섰던 친구가 자기 일처럼 걱정하며 갑상선 수술 이력을 대신 말해주었다. 약 먹기가 조심스럽다고 걱정하는 듯해 항히스타민제는 주지 않았다.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생약제제로만 가자고 했는데 증상이 사라졌다니 다행이다. 함께 왔던 친구가 며칠 전 지나는 길에 들러  "친구 피부병이 다 나았어요!" 라고, 약국에 들러경과를 보고(?)해 주어서 알고는 있었다. 본인이 직접 인사를 해주니 더 기뻤다. 조만간 남편과 함께 다시 들리겠다고 한다.


##둘
2주째 기침이 안 떨어지는 걸 본 동료가 이리로 가보라고 했다며
시청에 근무하신다는 분이 나를 찾았다. 
3일치를 드렸음에도 그걸로 모자라니 더 달라고 하신다.
증상을 봐 가며 약을 가감하자며 가까운 데 계시니 다시 방문해서 호전되는 정도를 보자고 내가 오히려 말렸다. 

### 셋.
어제는 일찍 출근했더니  "선상님 요새는 왜 아침에는 안 계시느냐"는 할머니의 귀여운 투정을 들어줄 수 있을 정도로 한가했다. 

  "이렇게 한가하니 제가 일찍 안 나와도 되거든요. 제가 집이 멀어요. 우리 배약사도 차분히 잘 하니 저 없어도 필요하신 거 말씀하셔요."
   "그려. 젊은 친구가 착하드만. 옛날부터 난 여기만 오잖여."

부엌 바닥에 까는 "요만하고 착 달라붙는 매트" 사러 왔는데 없다며 시장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하신다. 마시는 소화제 좋은 놈으로 한 박스 달라고 하셔서 열 병이면 무거운데 그걸 어떻게 다 들고가실 거냐고 몇 병만 가져 가시고 놀이 삼아 운동 삼아 또 오시면 되지요 했다. 그리고  "약국은, 너무 자주는 오시지 마세요" 했더니 작은 눈이 다 감길 정도로 함박웃음을 웃으신다. 

모두 자랑질 맞다.
이 업을 계속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이런 보람이 없다면 무엇으로 꾸려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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