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통 못 자고 있다.
피곤에 지쳐 잠이 들었다 해도 영락없이 두 시간이면 깼다.
멜라토닌 서방정을 복용하기 시작했으나 효과를 볼 수 없었는데
연이틀 주말 근무가 역시 힘들었던지 어젯밤은 네 시간쯤 잔 것 같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꽂을 공간이 협소해 가로로 여기저기 책을 얹어놓은 서가의 무질서함이
맨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음을 추스려야 하는데 책을 먼저 추려내다니.
거의 내 리츄얼이 된 느낌이다.
추려도 추려도, 솎아내고 또 솎아내도, 이상하게(?) 책은 줄지를 않는다.
박스에 담아 버리려다 무작위로 한 권을 열어본다.
2017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5.11 가슴에 통증 있던 날에"라는 메모가 있다.
백수린의 <고요한 사건>을,
그대로 앉아 읽는다.
재개발를 둘러싼 동네사람들의 반목 속에 죽은(누군가 죽인) 고양이를 묻어주려고 한밤 일어난 화자가 맨 발을 신발 위에 올려놓은 채 까치발을 하고 서서, 현관문에 난 작은 창으로 하얀 눈이 세상을 덮은 광경을 보는 대목에서 "결정적인 한 장면이 될 것 같다"고 작가는 썼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장면이 된 것은 결국 시간이 흐른 후 깨달은 것이고, 화자가 그런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렇게 반추하는 것뿐이다.
어떤 진실 앞에 비겁해진 사람은 그렇게밖에 살 수 없다.
작가가 되거나 평생 어떤 강박 속에 살거나, 혹은 자기합리화 속에 잘 먹고 잘 살거나.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오랜만에 한다. 그뿐.
산적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메모처럼 여기 몇 자 끼적댔다.
..........
용인이 싫다고, 나는 늘 말해왔다.
어머니는 자신이 이렇게 낯선 곳에서 생을 마감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하셨을 것이다.
어머니는 9월 26일 3시 15분 용인 효자병원에서 심근경색으로 운명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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