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시간의 향기

왜 '시간의 향기'인가

진주로부터 2018. 11. 26. 22:28

 

 

 

서울에도 첫눈이 내렸다.

눈과 단풍 사이에 시간이 머물러 있었다.

해가 저물고 있다는 느낌이 피어올랐.

 

이 폴더의 이름에 대한 설명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시간의 향기.

독일에서 철학을 하고 있는   한병철의 책에서 이름을 따와 이 폴더를 만들었다.

 

나의 시간에 향기를 되돌려주고 싶다. 내 꿈이다.

 

시간은 미래를 향해 진행된다. 그 미래에 어떤 의미가 없다면 시간은 단순히 현재의 끝없는 사라짐일 뿐이다. 리듬과 방향을 상실한 원자화된 시간이다이렇게 무게를 상실한 시간은 어디론가를 향해 가는 (즉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성을 상실하고 순간순간 가볍게 휘발되어 버린다. 현대인들의 시간이 그토록 허망하게 빨리 지나가버리고 늘 시간이 없고 시간에 쫓기는 것은 그래서이다.

 

무게를 잃어버린 시간은 댐이 무너진 거센 물살처럼 마구 흘러가버린다.”

 

인생도 그 물살에 휩쓸려 가볍게 떠내려간다.

여전히 그렇게,

내 삶은 바다에 닻을 드리우지 못하고 부유하듯 물살에 휩쓸려 가고 있다.

 

사람들은 오늘날 훨씬 더 젊고 건강하게 더 오래 살게 되었다.

그러나 살아가는 시간의 무게는 말할 수 없이 가벼워졌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삶의 양적인 시간 증가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리듬이 없는 시간,

고유한 시간의 질을 상실한 채 양화된 시간,

한병철이 말한 향기가 없는 시간이다.

 

우리 모두 그런 시간을 살고 있다

 

사색적 삶(행위를 통해 세계와 시간을 조작하고 변화시키는 활동적 삶과는 대조적으로),

그리고 무위의 삶,

순간에 드러나는 세계의 모습을 가만히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만이

고유한 시간의 질을 복원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느리게 살기'는 다만 증상일 뿐이다. 증상은 병을 치료할 수 없다.

 

오늘날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간을 생성하는 시간 혁명, 시간에 향기를 되돌려주는 시간 혁명이다.

 

하여 폴더명이 <시간의 향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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