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을 좀 세게 하느라 손가락 두 개에 물집이 잡혔다.
습윤밴드를 붙였다.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이 있지만 중지와 인지가 가장 열일하는 모양이다. 도무지 붙어있지를 않고 자꾸 떨어진다.
일을 많이 하는 손가락.
가장 많이 쓰고, 세게 비비고 오므리고 접는 지점.
습윤밴드란 피부와 상처의 특성을 헤아려 만든 제품이므로 자주 갈지 않고 계속 붙이고 있어야 하는데
하루에도 몇 장씩 갈아붙였다. 어제부터는 아예 일반밴드로 바꾸었다. 일주일이 되었는데 아직아물지 못했다.
밴드를 붙인 손가락 두 개를 물끄러미 내려다 본다.
한 부모에서 난 형제는 손가락과 같다고들 한다.
깨물어 꼭같이 아팠을 우리 오형제.
이제 부모님도 가시고 넷만 남았다.
...
맏이로 살며 진 짐이 가장 무거웠을 큰언니.
아우들에게 힘이 되고 울이 못 되었다고 가장 많이 자책했을.
이제 가벼워졌어 언니?
이제는 편안해졌어?
큰언니 간 지 3주가 지났다.
여전히 실감나지 않은 채 무거운 꿈과 어지러운 잠 사이에서 매일 막막하다.
-장례 절차를 밟는 사흘 동안 한번도 비가 오지 않았고, 무지개도 떴다.
발인까지만 보고 올라왔는데
분골함에 안치했다가 다음날 시카고에서 아들이 도착하길 기다려 언니가 원하던 곳으로 가 뿌려주었다(고 한다.)
조카의 전언으로는 바다도 보이고 약사전 금불상도 보이고 부모님 납골당도 보이고 결혼 후 오래 소식이 없어서 부처님께 빌어 언니를 잉태하셨다고 어머니가 믿으셨던 암자도 보이는 곳에서.
그날 무지개가 상징했던 바를 새삼 생각한다.